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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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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 자기 방해 - 마감 때까지 일을 미루는 이유 급해서 허둥지둥할 때까지 꾸물거렸어... 그러다가 오랜 시간 집중해서 쓰고 그렸어. 자주 밤을 새웠고. 물론 이건 고의적인 자기 방해였지. 수준 이하의 작업을 시간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방법. 동시에, 사물들이 신비하게 보이는 초집중 상태를 만들어 냈어. 온 세상,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까지 의미로 반짝였어! 하지만 이렇게 몰아서 일하고 난 뒤에 신경이 너무 활성화된 나머지 잠을 잘 수 없었어. 마침내 잠이 들면 다시 일어나기 쉽지 않았지. _앨리슨 벡델, 『초인적 힘의 비밀』, 안서진 옮김(움직씨, 2021) 중에서 ==== 이렇답니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그래픽노블 작가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잘 알려진 엘리슨 벡델의 신작이 나왔다. 『펀 홈』, 『당신 엄마 맞아?』로 잘 알려진 작가다. 『초인..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1일(토)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사상가들과 한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각종 낭만파는, (중략) 독일이 분산되고 낙후되고 연약한 상태에서 통일되고 강대하고 풍족해지는 과정..
알렉산더 칼더 전시회(리움미술관, 2013)를 다녀오다 1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딸아이와 함께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회를 구경하고 온 지도.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기억은 갈수록 사라져만 간다. 문자 중독자로 오래 살아온 탓인지 그림이나 사건이 주는 어떤 시각적 충격도 문자화하지 않으면 두 달도 못 가서 고스란히 증발해 버린다. 본래는 다른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컴퓨터 옆 독서대에 칼더 전시회 브로셔가 놓여서 재촉하는 바람에 전시장 메모들을 급히 정리해 글을 올린다.전시회 브로셔에 따르면, “알렉산더 칼더(1898~1976)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창조하여 현대 조각의 혁신을 이끌었다. (중략) 그는 1920년대에 파리에 머물면서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 아르프 등 당시 파리 미술계를 이끌던 작가들과 교류하며 추상 미술과 초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