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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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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 지구를 사랑한 소설가 칠레의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평생 독재와 맞서 싸운 자유의 수호자였고,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에 맞선 생태주의자였다. 또 “나의 조국은 스페인어”라면서 오로지 문학의 시민이기만을 원한 코스모폴리탄이기도 했다. 한 작가의 죽음에 대한 최고의 애도는 책장에 꽂아둔 책들을 꺼내서 먼지를 털어낸 후 천천히 읽어 나가는 것이다. 인물과 배경을 상상하고, 대화와 묘사를 음미한다. 단어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구절에는 밑줄을 긋는다. 있는 책은 새로 읽어 메모를 더하고, 없는 책은 마련해 마저 읽어 생각의 재료로 삼는다. 한 차례 작품을 모두 읽어 기억의 주름을 깊게 파고 나면, 홀로 천도제라도 지낸 느낌이 든다. 비..
[문화일보 서평] 성장 없는 사회… ‘골목 小商’이 답이다 시골로, 숲으로, 골목으로……. 또, 다른 곳으로……. 그러니까 어디든지!‘어떻게 살 것인가’는 모든 시대의 문제이지만, ‘어떻게 비자본주의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 시대의 문제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읽든,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든,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든, 다른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 행동거지는 각각 다를지라도 품은 마음과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 자본주의를 횡단함으로써 생명의 새로운 규칙을 찾아내기. 고래가 뭍에서 바다로 돌아갔듯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인간이라는 종의 보전을 위한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한 번 더, 조금 더’에서 ‘더 이상은, 이대로는’으로 종의 윤리가 격변하는 중이다.『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에 따르면, 현재 자본주의는 진보의..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하고 신설 출판사 길밖의길에서 출간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가 나왔다. 김재인의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장의준의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서동은의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 경제』, 문병호의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 네 권의 책이 우선 출간된 이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으로 몇 마디 소회가 있어서 아래에 적어 둔다.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발의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밝혀두고자 한다. ‘작은 책’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는 큰일을 저질러 놓고 책의 겉모습으로써 이를 슬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