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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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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헤시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매주 쓰는 《매일경제》 칼럼, 이번에는 서지현 검사의 일을 계기로 파르헤시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파르헤시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오이디푸스, 그대가 왕이지만 답변할 권리만은 우리 두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져야 할 것이오.” 테이레시아스가 말한다. 테바이를 덮친 전염병의 진실을 말하러 찾아온 예언자를, 성난 군주는 뇌물을 받아먹고 지껄이는 헛소리로 몰아붙인다. 그러자 테이레시아스는 자기가 오이디푸스의 노예가 아니라면서 동등한 인간으로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 나오는 장면이다.파르헤시아(Parrhesia). 희랍어로 ‘진실을 모두 말하기’라는 뜻이다. 성서에서는 ‘담대함’으로 옮긴다. 테이레시아스 같은 태도를 말한다. 정..
한 번 더, 미칠 정도로, 확실히, 놀아라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사뮈엘 베케트와 돈키호테를 빌려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루어보았습니다. 발표했던 것을 조금 손보아서 올려둡니다. 한 번 더, 미칠 정도로, 확실히, 놀아라 “인간이란 형편없이 조악할 뿐이다.”『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한다.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고통에 불과하다. 인간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죽음이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아득한 무의미로 전락한다. 필부라면 말할 것도 없고, 대단한 자라 할지라도 ‘가만한 당신’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예고된 운명을 거스르려 했던 영웅 오이디푸스조차 노년에 이르러서는 절망을 깨달음으로 받는다.“태어나지 않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