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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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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 일어나는 일들(오르한 파묵)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1우리는 전체 풍경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고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하면서 읽습니다. 2 우리는 머릿속에서 단어를 그림으로 전환합니다. 단어들이 설명하는 것들을 상상 속에서 떠올리면서, 우리 독자들은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술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말하려고 한 것, 또는 말했다고 우리가 추측하는 것을 추적해 나갑니다. 3우리는 작가가 설명한 것 가운데 어디까지가 경험이며,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궁금해 합니다. 소설 읽기란 가장 깊이 빠졌을 때조차 ‘어디까지가 상상이며, 어디까지가 경험일까?’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하는 것입니다. 소설 읽기는..
권력의 말과 문학의 말 말의 정의 -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뮤진트리 오에 겐자부로의 『말의 정의』(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4)는 오키나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리고 후쿠시마를 문학적 에세이의 형태로 사유한다. 이 세 장소는 “인간의 교만 위에서 성립한 지금의 삶”의 뿌리와 귀결을 드러내는 중요한 공간적 상징이다. 태평양 전쟁 말, 오키나와에서는 강요된 자결이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전세 속에서 일본군은 도카시키지마 섬 주민에게 ‘집단 자결’을 강요하고, 군대가 건넨 수류탄으로 300명 이상이 자결하고 그러지 못했던 주민들은 한낱 어린아이까지도 가족이 도끼나 낫, 또는 손으로 죽인 사건이 있었다.(오에는 이 사건을 고발해 쓴 『오키나와 노트』 때문에 소송을 당했고, 결국 무혐의로 승소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편집자의 책상(프레시안 기고문) 오늘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프레시안북스는 독특한 진지를 점하고 있다.사실 보도와 중립적(?) 리뷰 중심의 언론들 사이에서 프레시안북스는 거의 유일하게 진지한 읽기를 기반으로 한 비판적 서평이 실리는 곳이다. 거기다 주말마다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에서 눈을 더럽히는 온갖 낚시 기사들 사이에서 지적 자극으로써 사람들 눈길을 끌려고 안쓰럽게 몸부림쳐 주는 저자들과 편집자들과 독자들의 친구이기도 하다.어쨌든 그 프레시안북스에 실린 온라인 기사들 중 일부를 한 달에 한 번씩 따로 모아서 독립출판사 알렙에서 펴내는 종이 서평지 《Pressian Book Review》가 있다. 지금 두 호밖에 나오지 않았고 기사도 온라인 기사들을 옮겨 온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이 잡지가 서점 공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