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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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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을 만드는 일은 영혼을 단련하는 것과 같다 누구나 자기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배울 수 있다. 집은 짓든, 가구를 만들든, 음식을 요리하든, 경지에 오른 장인은 모두 깊은 영성의 탐구자이기도 하다. 그들의 손길이 닿으면, 일상의 제품은 영혼의 작품이 된다. 물건 만드는 일은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요, 영적 깨달음을 누적하는 일이다. 좋은 물건을 만나면 경건하고 거룩한 마음이 먼저 일어서는 이유다. 『울림』(니케북스, 2022)에서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는 말한다. “악기를 만들다 보면 특별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작업실에서 경험하는 거룩한 순간. 그 순간에 나는 삶의 외적·내적 일들을 새롭게, 다르게 지각한다. 단순히 습득된 지식을 넘어서는 경험이다. 나는 모든 사람의 일상에도 이같이 계시의 순간들이 주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우..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다가올 휴가철을 맞아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은 카타바시스, 즉 저승여행입니다. 살아서 죽음을 겪는 것, 산고를 겪고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조금 보충했습니다.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소년은 불우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떠났다. 숙부네 집에 얹혀살면서 인쇄 견습공 일을 하던 소년은 열여섯 살 때 처음 여행을 한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친구들과 놀다 돌아오는데 성문이 닫혀 있었을 뿐이다.“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야훼의 명령을 받고 기꺼이 집을 나선 아브라함처럼, 어떤 운명을 느낀 소년은 숙부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난다. 며칠 동안 제네바 성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