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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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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슬픔으로부터 태어났다 세월호 3주기 날입니다.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중앙선데이》에 4주마다 한 번씩 쓰는 칼럼. 문학과 슬픔에 대해 다루어 보았습니다.인류 최초의 문학인 『길가메시 서사시』는 친구 엔키두의 죽음을 슬퍼하는 영웅 길가메시로부터, 『일리아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하는 영웅 아킬레우스로부터, 「공무도하가」는 백수광부과 그 처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여옥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문학의 기원에는 슬픔이 있습니다. 문학은 슬픔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문학은 슬픔으로부터 태어났다 날이 풀렸다 싶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앞 냇가를 걷는다. 새벽 첫 빛에 어슴푸레 반짝이는 물살들. 물결이 가볍게 뒤척일 때마다 몸속에서 물이 함께 출렁인다. 푸석한 삶을 견디다 못해 물소..
인간이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중앙선데이》에 연재하는 에세이. 이번에는 터키의 소설 『살모사의 눈부심』을 가지고 권력에 중독된 ‘괴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사랑을 모르는 채로 자라서 황제가 된 소년은 전횡을 일삼다, 정변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간신히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었던 무스타파 1세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다 쓴 작품입니다. 『길가메시 서사시』와 같이 읽으면 좋을 듯해서, 조금 고쳐서 아래에 옮겨 둡니다. 한 소년이 있다. 어린 시절, 잔혹하고 무참한 장면과 마주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형제가 목에 올가미가 걸린 채, 허공에 발길질을 하다 속절없이 스러지는 것을 보았다. 형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율법에 따라 집안 형제들을 모조리 목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