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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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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은 아이를 낳고 할머니는 세상을 낳았다 폐경은 나이든 여성에게 보편적・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신체적 경험인 난자의 생산 중단이고, 월경의 소멸이며, “번식 수명의 종료”를 말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이다. 동물 중에서 생식 능력을 상실한 암컷이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인류는 특이하다. 월경의 중단으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후에도 인간 여성은 길게 삶을 이어간다. 생물학적 존재 이유를 박탈당한 ‘쓸모없는 시기’가 인간 여성에게만 유독 길게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자 기계의 고장이 임박한 죽음의 징조가 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 여성은 왜 긴 노년이라는 특이한 생애사를 갖도록 진화했을까. “폐경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서점의 미래를 찾아서] ‘백년 서점’을 꿈꾸다 《기획회의》에 새 연재를 시작한다. 기존의 글을 단행본으로 마무리하는 작업도 마치지 못한 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는 게 많이 부담스럽지만, 송인서적 부도 이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을 듣다 보니, 현장에서 또다시 지혜를 얻고 싶어졌다. 현대적 의미의 서점이 등장한 지, 벌써 100년을 훌쩍 넘었다. 방각본 책들을 사고팔던 조선시대 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서점은 정보화의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만 보인다.작년에 우리 곁에서 독립서점(기존 서점업계에서는 ‘트렌드서점’이라고 부른다) 열풍이 일어났고, 아직 그 열풍이 진행 중이지만, 이들만으로 ‘서점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출판 현장에 오랫동안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