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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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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머니 국수, 아버지 냉면 “음식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 준다”살아감을 생각하게 하는 평양국수 집에서 필자는 이북식 냉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여름이 되면, 어머니는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오이냉국을 마련한 후 얼음을 둥둥 띄우고 가는 국수를 몇 덩이 말아 주셨을 뿐이다. 또는 가는 국수에 잘 익은 열무를 올린 후 달걀을 얹고 얼음을 두르고 고추장을 조금 넣어 살살 비벼 주셨을 뿐이다.매끄러운 국숫발이 한껏 오므린 입술을 조르륵 통과하면서 이에 부딪히면 붉은 혀가 저절로 밀려 나오면서 국수를 휘감아 잽싸게 입 안으로 말아 들인다. 혀끝을 건드리는 매콤한 맛에 뒤이어 국수가 요동치면서 입천장을 두드리고, 국수에 실린 얼음의 찬 기운을 가득 퍼뜨려 머릿속 끝까지 오싹해진다. 이 덕분인지 우리 형제는 지금도 앉은자리에서 큰 사발로 두..
민음북클럽 문학 캠프를 개최하며 지난 주말에 민음북클럽 패밀리 세일과 1박 2일 문학 캠프가 열렸다. 올해 행사도 독자들의 성원 속에 무사히 치렀다. 문학 캠프에서 짧은 환영사를 했는데, 첫 해인 만큼 즉흥으로 하는 게 왠지 부담이 되어서 짧은 글 하나를 써서 읽었다. 아래에 기록해 둔다. 민음북클럽 문학 캠프를 개최하며 일부 생물학자에 따르면, 인간은 아무것도 없이, 그러니까 ‘빈 서판’으로 태어납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뇌는 기초적인 유전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단백질 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회백색 물질에 최초로 균열을 만들고 파문을 일으켜 신호를 기록하는 것은 소리들입니다. 그것은 신의 목소리처럼 천둥 속에서 들려옵니다.북소리처럼 두근거리는 어머니의 심장 소리, 허파의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