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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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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당 문학강의] 인간은 모두 블라디미르이거나 에스트라공이다 -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 씨가 오늘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저녁이 되면 소년이 온다. ‘내일’이 선포되고, ‘오늘’이 또다시 지나간다.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또 어쨌든 기다리는……” 내일이 오늘과 똑같지 않기를 갈망하지만, 밤이 지나 다음 날이 오면, 도돌이표처럼 붙박인 하루가 또 온다. 오늘이 찾아오면 내일이기를 바라지만, 그 내일이 다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우리들 블라디미르와 우리들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는 오지 않고, 또다시 소년이 온다. 그렇다면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한 달에 한 번,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헤밍웨이의 『노..
한 걸음 앞으로, 영원한 혁명을 향하여 ― 사사키 아타루의『제자리걸음을 멈추고』를 읽다 지난 한 달, 사사키 아타루의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틈을 내서 두 번 읽었다. 마음에 드는 책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끌리는 책은 “마지막 장까지 읽자마자 서두로 되돌아가서 한 구절을 읽는” 식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으니까. 이 영감 넘치는 책에 대한 작은 글을 적어 아래에 옮겨 둔다. 한 걸음 앞으로, 혁명을 향하여사사키 아타루,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읽고 여러분, 소리 높여 말하세요.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있어야 할 대학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좋은 교양주의이며 연구와 교육의 일치다, 즉 전공만이 아니라 전 인격을 도야하는 지(知)의 집단적 행위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자치이고..
[TV 책을 보다] 휴가지에서 읽을 책 Best 10에 출연하다(사전 질문지 공개) KBS 텔레비전 ‘TV, 책을 보다’ 여름휴가 특집 1, 2에 출연했습니다. 후배인 강유정, 허희 두 평론가와 개그맨 고영환, 시사평론가 정영진 두 분과 함께 두 주 동안 엄청 즐겁게 녹화했습니다. ‘프로들은 역시 다르네!’ 하는 기분이 들었죠. 김솔희 아나운서가 이끄는 대로 이리 몰리고 저리 옮기다 보니 어느새 한 번에 다섯 권씩 책 열 권을 2시간 만에 모두 이야기해 버렸습니다. 흥미롭고 재미났습니다. 조금은 얼이 빠져서 나중에 방송을 보니 저런 말도 해 버렸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역시 글의 인간인지라, 사전 질문지와는 달리 녹화 중에는 아직도 분위기 타고 엉뚱하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목록 열 권과 함께 제가 사전 질문지에 답했던 기록을 남겨둡니다. 수전 손택, 『사진에 관..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문학 예스24에서 여름마다 내는 전자 잡지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기획 코너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소설’에 짤막한 글을 하나 썼다. 아래에 옮겨 둔다. 문학과 관련해서 세상에 떠도는 말들 중 듣기 괴로운 말이 있는데, 이른바 ‘문단 4대 천왕’과 같은 말이다. 어디에서 연유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공지영, 김훈, 신경숙, 황석영 등 소설책을 내기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인 듯한데, 이건 무슨 무협 세계도 아니고, 말초적 호기심을 달구어서 세속적 관심이나마 끌어 보려는 속셈이 어쩐지 아프고 불편하다.문학이란 제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피어나는 야생초와 같다. 네 가지 풀 말고도 어떤 풀이든 상관없이, 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삶의 온실 가스를 빨아들여 청량한 산소로 바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