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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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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비극의 도시 - 문학과 도시 (1) 인간 존재는 ‘죽다, 넘어서다, 모여 살다’ 셋으로 압축된다. 길어야 100년, 인간의 삶에는 끝이 있다. 영원을 누리는 신과 달리, 태어나자마자 우리의 물리적 생명은 시간의 침습을 받아 죽음을 향해 간다. 유한성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특징이다. 그러나 인간은 패배자가 아니다. 끝이 있음을 알기에,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머릿속에서 보는 힘을 익혔다. 꿈꾸고 상상하면서 한 걸음 더,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역량은 우리를 독특하게 한다. 넘어서는 힘은 인간을 창조자로 만든다. 먹지 못할 것을 먹게 하고, 살지 못할 곳에서 살게 하고, 죽을 때를 생명의 시간으로 바꾸어 준다. 인간은 홀로 넘지 못한다. 영웅 숭배는 역설이다. 재앙을 혼자 힘으로 돌파하는 인간의 희소를 상징한다. 인간은 모여 있..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