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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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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에 대한 뒤늦은 기록을 읽다 지난 주말, 류이근 등이 쓴 『아동 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시대의창, 2016)을 꺼내 다시 읽었다. 올해 서울도서관에서 같이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으로 선정한 책이기도 하다. 비통하고 참담하고 쓰라리고 미안한 글이다. ‘뒤늦은’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엔 학대당했던 아이들의 생생한 실상이 담겨 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고, 추위와 더위에 고스란히 방임되고, 피부와 내장이 닿을 정도로 굶주리다 아이들은 죽는다. 책에 따르면, 2008~2014년까지 어른의 학대에 목숨 잃은 아이들은 모두 263명이다. 한두 주에 한 번꼴로, 매년 평균 37명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생명의 숨결을 놓는다. 64.7%는 신체 학대, 31.4%는 방임이다.일이 이미 벌어졌다는 점에서 ‘뒤..
자본도 재능도 없이 누구나 서점을 하는 세상을 위하여 _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을 읽다 책과 출판과 서점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받으면서, 갑자기 출판이나 서점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정말 창의적이고 지사적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일, 기적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조차도 엄청난 간난신고를 겪어야 간신히 미미한 빛을 던질 수 있는 대단한 직업으로 우상화되었다. 1990년대에 출판계를 풍미하다 거품으로 스러진 ‘기획자’ 또는 ‘북 프로듀서’ 열풍이 옆줄로 옮겨가서 살짝 변주되어 도돌이표로 돌아온 느낌이다. ‘큐레이션’이니 ‘콩세르주’니 ‘서점의 기획’이니 하는 개념이 범람하면서, 사소하고 지루하고 고된 일상 노동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출판, 서점, 디자인, 인쇄 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않을 것처럼 저 멀리로 밀려난 느낌이다.(나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