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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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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농사법 _ 홍동 마을에서 보낸 편지 창으로 들어오는 새벽 첫 빛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늦은 잠이 줄고, 새벽에 깨는 일이 조금씩 늘어갑니다. 세월을 미리 대비하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몸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은 언제나 몸 가는 곳을 뒤늦게 좇는 것만 같습니다.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립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호미 한 자루만 들고 집 뒤쪽 텃밭에 나갑니다. 뒷산 부엽을 긁어서 덮고 왕겨를 덧입혔지만, 자라는 풀들을 어쩔 수는 없습니다. 이랑 사이로 비죽비죽 솟아오르는 풀들을 하나하나 솎습니다. 평일에는 각자 삶을 살고, 주말에만 밭을 손대다 보니 그사이 무성하기 일쑤입니다.지난 가을부터 홍동에서 몸을 쉬면서 ‘사람이 풀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풀들은 과연 힘..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1일(금) 설이다. 새벽에 일어나 재계한 후 오전에는 제사 올리고 세배 치르고 아버지 유택에 참묘하느라, 오후에는 정체를 뚫고 다섯 시간에 걸쳐 대전 처가에 내려왔다. 몸이야 비록 고단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나 쌓아 두지 않으면 가족, 친척 간의 인정도 금세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근대는 단단한 모든 것을 공중에 날려 버렸기에, 예절처럼 형태로써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극도의 어색함, 또는 심하게 말하면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심형일체(心形一體)의 뜻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지식에 가장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처가에 도착해 잠시 동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를 틈타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와 로버트 콜스의 『하버드 문학 강의』(정해영 옮김,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