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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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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진짜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한 달 전쯤 《동아일보》 김지영 기자랑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었습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쨌든 북21에서 한국소설의 표지를 분석해서 낸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내용 자체의 깊이도 깊이이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독자들은 소설에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얻고자 하는데 한국 소설의 홍보 문구들은 재미는 빼고 의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 카피뿐 아니라 한국 소설의 엄숙한 내용을 아우르는 지적임은 물론이다. 오해가 조금 있을까 봐 덧붙여 둡니다. 소설 자체가 ‘의미를 향한 강박’을 갖..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또 읽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생의 것 같은 존엄을 기억해 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213쪽) 저녁에 노원인생학교 강의를 앞두고 어제 하루 종일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다시 읽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 찢어지는 슬픔..
미생, 재생, 신생, 공생 ―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KBS의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 첫 모임이 있었는데, 부탁을 받아서 발제 형식으로 2014년의 출판을 미생, 재생, 신생, 공생의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옮겨 둔다. 미생, 재생, 신생, 공생―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2014년 출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정가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 법이 통과되고, 지난 11월 2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올해 내내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최대 90%에 이르는 출혈적 할인으로 재고를 떨어내려 했으며, 독자는 독자대로 정가제 시행 이전에 싼값에 필요한 책을 사 두려 했다. 그에 따라 출판계 전체는 말 그대로 대혼란 상태에서 한 해를 억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