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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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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발굴의 시대 책장을 정리하면서 뒤늦게 《세계의 문학》 2015년 여름호를 다시 읽는다. ‘독자 발굴의 시대’를 특집으로 하고 있다. 서동욱이 쓴 ‘기획의 말’을 조금 옮겨 둔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었고, 편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젠 읽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다행히 씨가 말라 버렸다고 해도 좋을 어설픈 엘리트주의는 독자를 깨우쳐야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독자란 깨우쳐야 할 무지의 계란을 품에 안은 자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 자, 자신이 설정한 문제를 위해 책을 구성해 주기를 저자에게 요구하는 자이다. 독자를 발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구가 어떤 것인지를 깨우치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지식의 생산이란, 저자로부터 독자에게 보물이 뚝 떨어지는 수동적인 수혜의 장이 될 수 없고, 독자의 요구라는 ..
신사동에 대하여(문화일보 기고) 《문화일보》에서 기획 연재 중인 「느낌이 있는 ‘신(新) 풍물기행’」에 기고한 글이다. 내 젊음을 보냈던 신사동 거리를 소회와 함께 소개했다. 여기에 옮겨 둔다. 사람에게 고향은 하나가 아니다. 대대로 이어 살아온 조상의 고향이 있고, 몸을 얻어 자란 육체의 고향이 있으며, 밥 한 술 먹다가도 천 겹 감정이 너울지는 영혼의 고향이 있다. 또한 평생 의지해 살아갈 세계관의 틀이 생겨난 정신의 고향이 있고, 밥벌이를 하면서 혼신을 다해서 어른으로 살아간 사회적 고향이 있다. 내 조상의 고향은 충남 홍성군이고, 내 육체의 고향이자 영혼의 고향은 서울시 중구 약수동이며, 내 정신의 고향은 관악산 자락 아래 자하연 옆쪽이거나 녹두거리의 술집들이다. 내 사회적 고향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이다. 문학만 아는 철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