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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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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수집가 녹는점: 시를 쓰며 가장 자주 도달하는 상태. 내게 녹는다는 건 부드러움과 동의어이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 물속에서 녹고 있는 물고기. 한낮의 태양 아래, 아이스크림보다 먼저 손이 녹아 버린다면? 눈사람에게 허락된 마지막 밤. 흰 사슴의 눈동자가 호수로 변하는 순간. _ 안희연, 『단어의 집』(한겨레출판, 2021) 중에서 ====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 시인의 주요 임무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시인이 단어 수집가로 살아간다.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하므로, 민감하게 단어를 모으고 강박적으로 의미를 되새김하는 이 작업은 일종의 정거장이다. 안희연 시인이 모으고, 다시 뜻을 풀이한 이 사전(私典)은 일찍이 김소연 시인이 『마음 사전』이나 『시옷의 세계』에서 보여 준 단어에 대한 열정만큼 흥미롭..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의 『빅데이터 인문학』(김재중 옮김, 사계절, 2015)을 읽다 주말에 서평을 쓰려고 에레즈 에이든과 장바티스트 미셸의 『빅데이터 인문학』(김재중 옮김, 사계절, 2015)을 다시 읽었다. 역시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아래에 밑줄 그은 것들을 옮겨 둔다. 빅데이터는 인문학을 바꾸고, 사회과학을 변형시키고, 상업 세계와 상아탑 사이의 관계를 재조정할 것이다. (17쪽)호모사피엔스가 남기는 데이터 발자국의 양은 2년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21쪽)데이터는 “사회적 삶의 일부”다.구글 북스는 단순히 빅데이터가 아니라 롱데이터다. (28쪽)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문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담은 초상화를 제공한다. (29쪽)다윈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사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렇게 존재하게 됐을까? 우리가 세상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이해하려면 오늘날의 상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