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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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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출판 편집자의 할 일 《기획회의》 454호 특집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비하라”에 기고한 글입니다. 올해 출판 시장에 가장 핫 이슈 중 하나가 학교에서 실시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의미를 짚어 보고, 편집자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아래에 공유합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출판 편집자의 할 일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0년 동안 책 전체를 읽으면서 수업하는 것으로, 2018년부터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물론 그동안에도 수업에서 책을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어 등 많은 교과서에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각 분야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책에서 ..
생각 좀 하고 살아 《매일경제》 칼럼, 이번에는 ‘생각하기’를 다루었습니다. 본래 글을 조금 보충했습니다. 전 6.5매에 아직 적응할 수가 없네요.ㅜㅜ사람들은 흔히 정보를 생각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오히려 정보는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2020년부터 일본은 대입시험을 개혁하면서, 학력과 생각하는 힘 중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후, 교육 개혁 방향은 교과서를 폐지하고 일제 고사를 없애는 쪽으로 갈 가망성이 높습니다. 교과서와 일제 고사는 생각하는 힘에 역행하니까요. 그렇다면 생각하는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그 이전에 생각이란 게 무엇인지 좀 살펴보았습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파스칼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엔 조리가 없다. 만약 이 말이 진실..
다빈치는 조약돌 하나를 보고 산을 상상했다 _ 실뱅 태송, 『여행의 기쁨』(문경자 옮김, 어크로스, 2016)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약돌 하나를 보고 산을 상상했다. 소로는 귀뚜라미 노랫소리에서 신의 음성을 들었다. 반 고흐는 전원에서 풍경의 역선(力線)들을 보았다. 네르발은 파리의 길들과 자기 영혼의 미로를 혼동했다. 풀카넬리는 황금비가 천체의 운행을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술을 둘러싼 꽃잎들의 배치도 주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고는 산사나무 향기가 별자리와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견자(見者)’는 눈이 만족하는 곳에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지엽적인 것들을 모두 뒤져서 우주를 추격한다. 이것이 관찰에 적용되는 환유의 원리다. 여행자는 풀잎에서 우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평면구형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정신이 모래알 하나로도 충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