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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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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사고법 ― 『2021 한국의 논점』(북바이북, 2020) 서문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었다. 전쟁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까. 처음 30년 동안은 혁명과 반동의 시대였다. 4.19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 김대중・김영삼의 선거 돌풍과 유신 반동, 서울의 봄과 신군부의 쿠테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는 여기에 있다. 이 사악한 되먹임 고리를 끊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10년의 민주화 운동 기간을 거치고, 1989년 소비에트 붕괴 이후,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정상’ 국가로 진입한 듯했다. 그다음 30년은 ‘재난과 복구의 시대’였다. 1997년에는 국가 부도 사태가 일어나고, 2008년에는 금융 위기가 있었다. 소수의 부유층과 권력층에게는 샴페인을..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 - 마흔 권의 책으로 말하는 2010년대 책 의 결산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지난 10년 책의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다시, 책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
[문화일보 서평] 美 정의의 여신, 돈에 눈멀었나? _맥 타이비의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따르면, 정의(正義)란 기본적으로 “사물의 공정한 분배”를 뜻한다. 정의란 언제나 “분배”를 따지는 실천이고, 따라서 그 한 갈래인 사법 정의란 “마땅히 벌해야 할 이들에게 죄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이마미치 도모노부, 『단테 신곡 강의』) 이것이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는 눈을 가린 채, 한 손에 저울을, 한 손에 칼을 든 이유일 것이다. 죄를 저지른 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신분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공정함과 엄정함을 무기로 법을 집행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는 오늘날 미국에서 ‘정의의 여신’이 어떻게 돈 앞에서 눈을 뜨게 되었는가를 그 뿌리까지 파헤친 르포르타주 논픽션이다. ‘빈부 격차 시대의 미국의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