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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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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당 문학강의] 인간은 모두 블라디미르이거나 에스트라공이다 -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 씨가 오늘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저녁이 되면 소년이 온다. ‘내일’이 선포되고, ‘오늘’이 또다시 지나간다.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또 어쨌든 기다리는……” 내일이 오늘과 똑같지 않기를 갈망하지만, 밤이 지나 다음 날이 오면, 도돌이표처럼 붙박인 하루가 또 온다. 오늘이 찾아오면 내일이기를 바라지만, 그 내일이 다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우리들 블라디미르와 우리들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는 오지 않고, 또다시 소년이 온다. 그렇다면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한 달에 한 번,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헤밍웨이의 『노..
[풍월당 문학강의] 어떻게 이 부조리한 생을 사랑할 것인가 3 ― 사르트르의 『구토』 한 작품마다 특별히 사랑하는 구절이나 장면이 있습니다. 작품의 전체 맥락이나 주제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서 잊히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구토』의 경우에는 로캉탱이 오랜만에 온 안니의 편지를 읽은 후에 하는 짧은 회상입니다. 다음과 같은 구절입니다. “우리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던 동안, 우리의 가장 짧은 순간도, 또 가장 작은 걱정거리도 우리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우리의 뒤에 남는 것을 우리는 용서하지 않았다. 소리, 냄새, 그날의 기분,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는 생각까지도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안고 살았으며, 모든 것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들은 그것들을 현재로서 즐기고 괴로워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추억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늘도 없고, 후퇴도 없고, 피할 곳도 없는..
[풍월당 문학강의] 어떻게 이 부조리한 생을 사랑할 것인가 2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문학을 왜 읽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죽도 밥도 안 되는 언어들이 어떻게 해서 우리를 이토록 매혹하는 걸까요. 문학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아무래도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문들을 마음에 담아서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지난달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이달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습니다. 이 작품들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세상에 던져져 죽음의 불안에 사로잡힌 우리 비루한 현대인들에게 참된 용기와 자유를 연습하게 해줍니다. ​ 강의 신청은 여기서 해주세요. http://www.pungwoldang.kr/board_lec/con..
[풍월당 문학 강의] 부조리한 이 생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문학은 우리에게 한 번뿐인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듯이, 문학을 읽지 않으면 삶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문학의 고전들을 같이 읽고 있습니다. 2015년에 처음으로 시작했으니, 벌써 두 해가 훌쩍 넘었습니다. 올해 초에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길가메시 서사시』 등 이야기의 기원에 관한 책들을 같이 읽었고, 이달 4월부터는 새롭게 삶의 부조리 문제를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첫 번째로 고른 작품은 헤밍웨이의 걸작 『노인과 바다』입니다. 이어서 카뮈의 『이방인』, 사르트르의 『구토』,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한 달에 한 작품씩 연속으로 읽을까 합니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