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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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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를 추구합니다 (청주 강강술래) 잠든 거인은 저절로 깨어나지 않는다. 낡은 램프는 내버려두면 낡은 램프일 뿐이다. 알라딘이 낡은 옷소매로 문질러 광을 낸 후에야 거인이 풀려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책은 사람 앞에 놓인 램프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눈을 옮기지 않으면, 안에 잠든 거인을 해방시키지 못한다. 도서관은 각종 마법 램프들의 전시장이다. 000번 총류에서 900번 역사에 이르기까지 램프들이 잘 분류된 채로 소원을 들어주려고 알라딘들을 기다리는 중이다.램프에 거인을 잠들게 만든 마법사들은 어떨까. 가끔이라도 램프를 문질러 소원을 빌고는 있는 걸까. 요리사가 집에서 요리를 하는 법은 드물고, 교사가 자식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처럼 이들 역시 자신을 위한 램프 닦기를 힘겨워할까. 책의 프로페셔널, 즉 저자, 편집자, 평론가, ..
카프카,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를 읽다 카프카의 편지 모음집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을 읽다. 1900년 김나지움에 다니던 열일곱 살 때부터 1924년 마흔한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카프카는 수많은 편지를 썼다. 이 책은 독문학자 서용좌 교수가 그중 100편을 가려 뽑아 옮긴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에 그다지 큰 재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어떤 오기로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문학에서는 위대한 사내였지만 일상에서는 그저 찌질한 남자에 소심한 불평쟁이에 지나지 않았던 카프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있었으나, 평생의 절친 막스 브로트를 비롯해 펠리체 바우어, 그레테 블로흐 등 카프카의 여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대개는 지나치게 사적이고 지엽적이어서 관련 정보가 그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