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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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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정윤서(鄭允瑞)의「연꽃을 노래하다(詠蓮)」 연꽃을 노래하다 정윤서(鄭允瑞) 본래 흙먼지 기운을 갖지 못해서구름 뜬 물속 마을에 스스로 머물렀네.깨끗깨끗 맑으니 씻어낸 듯하고,우뚝우뚝 솟으니 냄새마저 신묘하네. 詠蓮本無塵土氣,自在水雲鄕.楚楚淨如拭,亭亭生妙香. 정윤서는 원나라 때 여류시인입니다. 당나라 때 시인으로 흔히 알려졌으나, 『전당시(全唐詩)』에 실리지 않았고, 명나라 때 처낭재주인(處囊齋主人)이 편집한 『시녀사찬(詩女史纂)』에 원나라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시녀사찬』에 따르면, 정윤서는 시백인(施伯仁)의 아내로 어렸을 때 시와 글씨를 공부했습니다. 시집간 후 남편의 성품이 촌스럽고 패악한 것을 이기지 못하고 시를 지어서 스스로 위안 삼았는데, 시가 위진(魏晉)의 품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꽃을 노래하다(詠蓮)」는 「두부를 기리며(豆..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이몽양(李夢陽)의 새로 지은 산장에서 저절로 흥이 일어(新莊漫興) 새로 지은 산장에서 저절로 흥이 일어 이몽양(李夢陽, 1475~1529) 지난번 왔을 때에는 살구꽃이 붉었는데,이번에 오니 멀구슬꽃이 빨가네.꽃이 피고 또 꽃이 피나니,고요히 앉아 세월 가는 것을 보누나. 新莊漫興 昨來杏花紅,今來楝花赤.一花復一花,坐見歲年易. 이몽양은 명나라 때의 시인으로 호를 공동자(空同子)라고 했습니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로 과거에 급제해 관직을 얻었으나, 절개를 앞세운 과격한 행동 탓에 세 번이나 옥고를 치르는 등 불우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문학에서는 전칠자(前七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나라 이후에는 문장이 없고, 당나라 이후에는 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복고적 문학운동을 주도했습니다. 각 시대에는 그 시절에 맞는 정서가 있고 언어가 있는 법인데, 지금..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왕수인(王守仁)의 산속에서 제자들에게(山中示諸生) 산속에서 제자들에게왕수인(王守仁)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나니물이 흘러감에 마음도 같이 한가롭다.산 위에 달이 떠오르는 것도 몰랐는데,솔 그림자 떨어져 옷 위에 얼룩지네. 山中示諸生 溪邊坐流水, 水流心共閑. 不知山月上, 松影落衣斑. 오늘 읽을 한시는 왕수인(王守仁, 1472~1529)의 「산 속에서 제자들에게 주다(山中諸示生)」라는 명나라 때 시입니다. 왕수인의 호는 양명(陽明)입니다. 양명학(陽明學)의 창시자로 앎과 함이 하나라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는 자신의 깨달음을 함축해서 전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어떤 뜻에서 그런지 차분히 감상해 보겠습니다.먼저 왕수인의 사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그 역시 주자의 학문을 깊이 숙고하는 데에서 공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