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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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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힌 심장 - 궁극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당신이 먹은 건 사실 굴리엘모 과르다스타뇨의 심장이었소, 부정한 아내로서 당신이 그렇게도 사랑했던 그자 말이오. 돌아오기 직전에 이 손으로 직접 그 가슴에서 잘라 온 것이니 그자의 심장이 틀림없소.” 부인은 그리도 사랑했던 사람의 심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비통해져서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입을 열었지요. “당신은 기사답지 않게 비열하고 극악한 일을 하셨군요. 그분이 내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을 사랑한 것이니 이 일로 당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면, 그분이 아니라 내가 벌을 받았어야 해요. 하지만 하늘이여 도우소서. 굴리엘모 과르다스타뇨 씨처럼 그렇게도 훌륭하고 그렇게도 고매하신 기사의 심장 요리를 먹었으니, 내 입으로 다시는 다른 음식이 지나가지 않게 하소서.” _ 조반니 보카..
정답과 재치, 수능을 마친 청년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겪으면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참 대견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험의 세계는 끝났고, 비로소 스스로 삶의 경로를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겨났다. 주변의 도움과 충고는 있겠으나 이제 인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스무 살 무렵엔 시험이 앞날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생 경로는 우발적 사건으로 가득해 어떤 인생도 지금 생각하는 것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스무 살 때에는 인터넷이 생길 줄 몰랐고, 국가 부도가 날 줄 몰랐고, 휴대전화가 나올 줄 몰랐고, 인공지능이 등장할 줄 몰랐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을 줄 몰랐다. 인생은 시험과 다르다. 문제는 끝없이 던져지지만, 준비된 답으로 해결할 수 ..
현명한 사람이 돼 생명을 구하라 질병이 인간 삶의 진실 환기 “문학은 인간 곤경의 기록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 젠의 말이다. 붓다에 따르면, 인간이 겪는 근본 고통은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뿐이다. 이들은 신의 완전성(불멸)에 대비해 인간의 근원적 유한성(필멸)을 뼈아프게 환기한다. 질병은 인간의 몸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감염병은 말할 것도 없다. 짧은 기간에 쏟아진 대량의 죽음 앞에서 인간은 흔히 이성을 상실한 채 패닉에 빠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윤리적 아노미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인간이 야만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문학이 인류의 정신을 수호한다. 『데카메론』과 『페스트』에서 보듯, 큰 병이 때때로 큰 문학을 낳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영화의 『감염된 독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