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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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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하는 신체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아르노 그륀의 『복종에 반대한다』 새해 벽두에 아르노 그륀의 『복종에 반대한다』(김현정 옮김, 더숲, 2018)를 읽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로서 살지 못하고, 권위에 굴복해 자신을 상실하고, 나아가 타자를 공격하는 데까지 이르는가를 심리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가 고민했던 ‘악의 평범성’ 문제, 즉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나치의 하수인이 되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는 문제를 잊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인간, 주체로서 행동하고 약자와 공감하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수십 년 동안 여러 사람이 과제를 이어받으면서 끈질기게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정신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우리 문화는 “근본적으로 복종을 권하고 있다.”..
[문화일보 서평]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 _타인의 영향력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책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와 함께 헤엄쳤던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이름은 마이클이지만 본드 가문에 속한 사람답게 저자는 지하 감옥에서 우주 공간으로, 인도양의 무더운 밀림에서 남극의 얼어붙은 고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 속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해결해야 할 질문은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뭉치고 모여서 결국 최후의 한 가지..
삶의 최고 기술을 엿보기 -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다 (1) 새벽에 일어나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안인희 옮김, 유유, 2012)을 읽었다.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라는 부제가 알려 주듯이, 츠바이크가 쓴 몽테뉴 평전이다. 저자의 갑작스러운 자살 때문에 완결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현재 남은 부분만으로도 우리에게 읽는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충분하게 제공한다. 특히, 문장의 율동감이 느껴지는 깔끔한 번역으로 인해 더욱더 독서가 즐거운 일이 되었다. ‘역자 서문, 머리말, 1장 평민에서 귀족으로’까지 80여 쪽을 읽었는데, 전체의 절반쯤 된다. ‘머리말’이 특히 아름다웠다. 츠바이크는 ‘에세이’라는 글쓰기의 특별한 형식을 창조한 몽테뉴의 평생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요약하고, 몽테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치의 광기’와 ‘제2차 ..
메튜 베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를 읽다 추석 명절 첫날, 노원정보도서관에서 빌려온 메튜 베틀스의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을 완독했다. 출간되었을 때 상당히 흥미로워 보여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절판되는 바람에 구입하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10월에 대전 유성구 도서관 모임에서 특강이 있는데, 이 기회를 틈타 평소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들을 찾아서 읽는 중이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사노 신이치의 『누가 책을 죽이는가』(한기호 옮김, 시아출판사, 2002), 로널드 맥케이브의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오지은 옮김, 이채, 2006), 이노우에 스스무의 『중국 출판 문화사』(장원철·이동철·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