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우창

(3)
공부하는 삶에 대하여(김우창) 공부하는 삶을 살다 보면, 시간이 가장 귀중하다는 것을 저절로 몸에 익히게 됩니다. 지도학생들을 처음 만나면, “삼십 분 다방에서 잡담하고 지나면 오늘 내가 손해 봤다고 좀 느껴야 공부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요. 삼십 분 낭비했다면, 공부하는 사람 자세로는 좀 틀린 거라고. 그에 대한 후회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지요. ―김우창 올해 열네 번째 책으로 고른 것은 김우창, 문광훈의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한길사, 2008)이다. 정신의 까마득한 높이를 갖춘 스승과 자기 세계를 이미 넉넉히 갖춘 제자가 나누는 질문과 대답이 아름답다. 800쪽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아마 벌써 두 번째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덮은 지 며칠이 되었지만, 끝없이 여운이..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5일(수)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여자들만이 사랑할 줄 안답니다.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156쪽)― 육체를 가진 두 존재가 최초로 서약한 곳은 부서지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