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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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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능력주의의 역사적 기원 황경문 호주국립대 교수의 『출생을 넘어서』(백광열 옮김, 너머북스, 2022)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주장은 상당히 논쟁적이다. 1 신분 의식은 현대 한국을 특징짓는 주요 요소이다. 고도로 근대화, 산업화한 나라 중에서 한국만큼 학력, 집안, 지역을 따지는 나라는 드물다. 높은 신분 의식과 고위 관료(명문대, 대기업, 언론사 등)를 향한 욕망은 한국 근대화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이다. 2 한국의 근대화는 제2신분집단, 즉 서얼, 중인, 무반, 향리, 서북 출신의 신분 변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분을 향한 현대 한국인의 끝 모를 갈망에는 이들의 욕망이 큰 영향을 끼쳤다. 3 조선 시대 내내, 이들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절대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조선 특유의 관료제를 통해 억압당했다. 조선의..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문화일보》 서평. 이번에는 박숙자 선생의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를 다루었습니다.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에 이어서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박숙자,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 읽으면서 가슴이 찢겼다.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고, 늙으신 어머니가 겹쳤다. 평생을 노동으로 자신을 증명했던 아버지는 ‘죽지 않은’ 태일이었고, 공장에서 ‘다행히’ 정년을 한 어머니는 상경하지 않은 영자였다. 달동네에서 자라 문학을 하고, 또 책을 만들며 살았던 나 자신은 이 책에서 다룬 준과 정우와 혜린의 정신적 파편이자 후예였다.준은 『광장』의 독고준이고, 정우는..
요나하 준의 『중국화하는 일본』(최종길 옮김, 페이퍼로드, 2013)을 읽다. 지난 한 달 동안 주말마다 틈틈이 요나하 준의 『중국화하는 일본』(최종길 옮김, 페이퍼로드, 2013)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봄에 일본에 갔을 때 동경에서 만난 연구자 안천 선생이 요즈음 일본 출판계에 최대 화제가 된 책 중 하나라고 소개해 준 책이다. 송나라 이후 일본사[세계사]를 ‘중국화’와 ‘에도 시대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강렬하게 설명해 내는, 상당히 흥미로운 논지를 펴고 있어 관심을 두었는데, 때마침 한국어판이 나와서 즉시 구입해 읽기 시작한 것이다.저자는 1979년 생으로 현재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은 2011년이니까 그때는 고작 서른세 살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런 통찰력이 담긴 책을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도주론』(문아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