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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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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이번주 지하철을 오가면서 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었다. 그동안 죽음 너머를 사유하는 것이 주로 신화나 종교의 일이었다면, 이 작품과 함께 비로소 21세기 한국문학도 그 영역을 넘보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권혁웅이 작품 해설에서 이 작품을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빗대어 “죽음의 또 다른 한 연구”(253쪽)이라고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하다. 죽음은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순환하면서 모든 언어들을 감싸고 있으며, 인물들을 행위로 이끌고 있다. 힘들게 쓴 소설이고 그런 만큼 쉽게 읽히지 않지만, 이 소설로부터 우리 문학은 심오한 형이상학 하나를 21세기에도 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2그러나 『향』에서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다. 대개 그 죽음은, 백가흠 소설의 오랜 탐구..
박강 시집 『박카스 만세』를 읽고 1어제는 박강의 첫 시집 『박카스 만세』(민음사, 2013) 출판 기념회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광화문 모임에 나갔다가 문정희 선생님을 비롯해 권혁웅, 조강석, 이재훈, 주영중, 손미 등을 만났다. 역시 시를,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있을 때 나는 가장 뜨거워진다. 즐겁고 기뻤다. 새벽에 술에 취한 채 작은 글을 하나 썼다. 미완이지만, 여기에 일단 옮겨 둔다. 2박강의 시는 대개 "새로 손금을 파고 싶"(「폭설」)어 하는 청년들의 불우를 재료로 삼는다. "실패" "좌절" "비명" "해직" 등 죽음을 향해 느리게 이동하는 하강의 단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죽지 못해 삶을 사는 이들의 삶을 그저 직관할 때 그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놀라운 활력과 충격을 만들어 낸다. 크면 꼭 빤스 입은 슈퍼맨이 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