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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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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랑, 낯선 결혼, 낯선 이별 - 서유미의 『홀딩, 턴』(위즈덤하우스)를 읽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결혼이 겹치는 지점이 불편했다. 영진과 잘 지낼 때도 생활 속에서는 적당한 거리감 확보가 간절했다. 연애할 때는 밀착되는 게 좋았지만 그게 매일 이어지는 건 버거웠다. 지원이 꿈꾸는 건 오래 연애하는 상태에 가까웠다.”어제 오후, 서유미의 『홀딩, 턴』(위즈덤하우스, 2018)을 읽었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아니라 내면을 더듬어 가는 섬세하고 느릿느릿한 이별 이야기다. 지원과 영진이 스윙댄스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하고 사소한 이유로 이혼에 이르는 다섯 해 동안의 삶을 그려 낸다. 둘의 이별은 불행하되 추접하지 않다. 침착하고 산뜻해서 신선하다.두 사람의 사랑은 ‘불행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탄하지만, ‘쿨의 윤리’를 좇아 눈에 띄는, 아무 상처도 없이 갈라선다. 스무 해 전인 19..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문학 예스24에서 여름마다 내는 전자 잡지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기획 코너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소설’에 짤막한 글을 하나 썼다. 아래에 옮겨 둔다. 문학과 관련해서 세상에 떠도는 말들 중 듣기 괴로운 말이 있는데, 이른바 ‘문단 4대 천왕’과 같은 말이다. 어디에서 연유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공지영, 김훈, 신경숙, 황석영 등 소설책을 내기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인 듯한데, 이건 무슨 무협 세계도 아니고, 말초적 호기심을 달구어서 세속적 관심이나마 끌어 보려는 속셈이 어쩐지 아프고 불편하다.문학이란 제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피어나는 야생초와 같다. 네 가지 풀 말고도 어떤 풀이든 상관없이, 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삶의 온실 가스를 빨아들여 청량한 산소로 바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