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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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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출판계 키워드 요약 연말이면 한 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글을 여기저기에 쓰게 된다. 올해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출판을 들여다보면서 보냈지만,이런 글을 쓸 때마다 몇 마디 말로 책의 풍요를 압축할 수 없어서 상당한 고민을 하게 된다. 출판 전문지인 《기획회의》는 해마다 연말이면 출판계 키워드 30을 뽑아서 한 해의 출판을 정리한다.이 특집이 실린 《기획회의》 429호 여는 글에서 이를 요약해 보았다.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솟구침과 곤두박질의 롤러코스터에 적절히 올라타서 온갖 묘기를 부리는 일은 출판 편집자의 운명과 같지만, 올해는 유난히 일이 많고 말 또한 무성했다. 초연결사회에 걸맞게 순식간에 화제가 응집하고 소멸하는 ‘하이콘텍스트’ 시대가 열리면서 이에 따른 출판의 대응도 기민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앎에..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기획회의 기고) 《기획회의》 422호에 기고한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입니다. ‘속도의 편집’은 단순히 “책 빨리 내!”라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세상 변하는 속도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기획했던 이슈들은 빠르게 낡아서 독자들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새로운 이슈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기획과 출간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빠른 속도가 얼마만큼 필요합니다. 하지만 편집과 속도가 만나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언론이나 방송과 같은 다른 미디어들이 권력이나 자본의 힘에 억눌려 언중에게 전해야 할 바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 느린 미디어이자 소수 미디어였던 출판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에는 무크라는 형태의 잡지를 통해, 사회과..
[21세기 고전] 망각을 강요하는 권력과 싸우다 _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민음사) 한 인간의 죽음, 그중에서도 살인을 소설화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한 작가의 진정한 재능은 심지어 이 주제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느냐에 달려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과정의 개연성을 온전히 구축하는 일만 해도 보통 난해한 일은 아니다. 재능 없는 작가들은 서사적 가치가 없는 우발로 처리하거나, 원한과 복수라는 흔해빠진 구조에 호소하거나, 사이코패스 같은 타고난 살인마를 출현시키는 등 삼류의 수법을 통해 살인의 이유를 독자들에게 떠넘기는 지적 태만을 보인다. 물론 그러한 태만에 속아 넘어가는 독자는 사실 거의 없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등 출판 당시의 사회적 주목 여부와 상관없이, 살인을 그려낸 작품 중에 시간의 시련을 이길 정도로 훌륭한 소설이 거의 드물지도 모른다.현실에서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