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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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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김부식(金富軾)의 대흥사에서 소쩍새 울음을 듣다(大興寺聞子規) 대흥사(大興寺)에서 소쩍새 울음을 듣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 속세 손님의 꿈은 이미 끊어졌는데,소쩍새는 울다가 또 흐느끼네.세상에 이제 공야장(公冶長)이 없거늘,누가 알겠는가, 마음에 맺힌 한을. 大興寺聞子規 俗客夢已斷,子規啼尙咽. 世無公冶長, 誰知心所結. 김부식은 고려 인종 때 문인으로 『삼국사기』를 지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장이 뛰어나고 시에도 밝았습니다. 묘청(妙淸), 정지상(鄭知常)이 주도한 서경(西京, 평양) 천도 운동을 저지하고 이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 진압한 공로로 정권을 잡아서 정치를 좌지우지했으며, 말년에는 스스로 정계에서 은퇴했습니다. 사후에 무신의 난이 일어났을 때, 그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의 목을 베었을 만큼 문벌 귀족의 상징이었습니다. 대흥사(大興寺)는 개..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이인로(李仁老)의 천심원 벽에 부쳐서(題天尋院壁) 천심원(天尋院) 벽에 부쳐서 이인로(李仁老) 손님을 기다렸는데 손님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스님을 찾았는데 스님 역시 보이지 않네.남아 있기는 오직 숲 너머 새 한 마리,고이고이 권하시네, 술병을 들라고. 題天尋院壁 待客客未到,尋僧僧亦無.惟餘林外鳥,款款勸提壺. 지난주에 이어 이인로의 시를 읽겠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연인에게서 사랑할 이유를 찾아내듯이, 술꾼 역시 언제, 어디서든 술 마실 이유를 찾고야 말지요. 이 작품은 천심원(天尋院) 벽에 써 붙인 시입니다. 천심원은 고려시대 때 개성 바깥에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길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면서 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화자는 천심원에서 홀로 술병을 기울입니다. 기다리는 손님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 천심원을 관리하는 스님 역시 자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