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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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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의 역사를 읽으면서 편집을 생각하다 _앤서니 그래프턴의 『각주의 역사』(김지혜 옮김, 테오리아, 2016) 연휴에 앤서니 그래프턴의 『각주의 역사』(김지혜 옮김, 테오리아, 2016)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문득 옛날 옛적에 공부 쫌 해 보려고 할 때 생각이 났다. 당시에, 갑자기, 인용부호, 각주, 참고문헌 같은 글의 구성 요소가 근대문학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즉 근대적 문학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런 사소한 부분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가 그게 작품성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 친구한테 면박을 당한 적이 있다. 스물다섯 해쯤 전의 일이지만, 이런 책이 무겁게 주목을 받으면서 나오는 걸 보니 세상이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편집자가 책의 각 구성요소를 깊이 탐구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에 가깝다. 출판의 대중화 혁명 이후, 학술서를 제외하면 많은 서적의 판면으로부터 각..
가독성에 대하여 ― 《기획회의》 352호(2013. 9. 20)를 읽고 도저히 글을 쓸 만한 틈을 낼 수가 없어 블로그에 소홀해졌다. 잠깐 숨을 돌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메모해 두려고 한다.《기획회의》야 늘 오자마자 그 자리에 읽어 치우는 편이지만, 352호에 실린 글들을 읽다가 밑줄 그어 둔 구절들을 정리할 마음을 품은 것은 평소에 고민해 왔던 ‘읽기 공동체’와 ‘가독성’ 문제를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1신기수의 여는 글 「각자도생을 넘어 학습 연대로」는 흥미로운 글이다. 평소에 출판의 뿌리는 읽기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 중인 읽기 공동체의 해체를 막아 내지 않고는 출판은 후속 세대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차 그 인간적 기반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서 책이 그 안에 품고 있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