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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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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를 읽다 카프카의 편지 모음집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서용좌 옮김, 아인북스, 2011)을 읽다. 1900년 김나지움에 다니던 열일곱 살 때부터 1924년 마흔한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카프카는 수많은 편지를 썼다. 이 책은 독문학자 서용좌 교수가 그중 100편을 가려 뽑아 옮긴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에 그다지 큰 재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어떤 오기로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문학에서는 위대한 사내였지만 일상에서는 그저 찌질한 남자에 소심한 불평쟁이에 지나지 않았던 카프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쁨은 있었으나, 평생의 절친 막스 브로트를 비롯해 펠리체 바우어, 그레테 블로흐 등 카프카의 여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대개는 지나치게 사적이고 지엽적이어서 관련 정보가 그다지 ..
카프카,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을 읽다 내가 가진 카프카 책들 완독 중. 그러니까 네 권의 소설과 서한집, 일기 등 이런저런 책들. 지나는 길에 오래전에 사 두었던 카프카의 『위대한 꿈의 기록』(북인, 2005)을 읽었다.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카프카의 아포리즘』(청하, 1990)을 다시 펴낸 책이다. 『위대한 꿈의 기록』의 서문인 「책을 펴내며 ― 카프카의 부활을 위한 헌사」에 보면, 『카프카의 아포리즘』은 연출가이자 시인인 이윤택 선생이 부산 가마골소극장 단원들과 함께 호구를 면하려고 엮어 옮긴 책으로 되어 있다. 『위대한 꿈의 기록』은 청하 판본에 이윤택 선생의 희곡 「꿈의 기록」 대본을 부록으로 붙여서 한 권의 책으로 꾸민 것이다. 「꿈의 기록」은 카프카의 작품 「변신」을 1990년대 한국 상황과 연결해 재창조한 작품으로, 이윤택 ..
망오십(望五十), 매우(梅雨)에는 닥치고 독서 1두 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시내에 전시회를 보러 외출하려다가 왠지 ‘읽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하루 종일 소파와 침대와 책상을 오가면서 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파워 클래식』(어수웅)에 실린 짤막한 서평 몇 꼭지를 챙겨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본사 및 세계사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던진 화제작 『중국화하는 일본』(요나하 준)을 읽고, 그다음에는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카프카), 『검찰관』(고골), 『휘페리온』(횔덜린) 등의 고전, 『육체쇼와 전집』(황병승), 『단지 조금 이상한』(강성은) 등의 시집,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엄마도 아시다시피』(천운영) 등의 소설, 그리고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열 권짜리 김..
『출판 천재 간키 하루오』를 읽고 책과 출판의 세계를 앞서 밟아 간 선배들의 회고를 읽는 것은 늘 가슴 벅찬 감동을 준다. 책에 대한 책이나 출판에 대한 책이나 편집에 대한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으면 어쩐지 투지가 생기지 않고, 어느새 책 만드는 일이 시들해져 버리곤 한다.지난주 내내 『출판 천재 간키 하루오』(커뮤니케이션북스, 2011)를 읽어 오늘에야 끝마쳤다. 평소보다 독서 속도가 떨어진 것은 책이 지루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치열한 출판 정신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생각들이 군데군데 계속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두고 싶다. 간키 하루오(神吉晴夫, 1901~1977)는 일본 출판계에 한 전설을 남긴 편집자로서 고분샤(光文社)의 대표를 역임했다. 일본 최대의 출판사인 고단샤(講談..
더글러스 러시코프,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미래는 미디어를 부리는 자의 것 페이스북·트위터...그 노예가 되지 마라숨은 책 찾기 1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장은수 민음사 대표 편집인, 사진 민음사 | 제267호 | 20120421 입력 20년 전 내가 편집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디지털 충격’에 시달려 왔다.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등장하고, PC 통신과 인터넷이 등장하고, 블로그가 등장하고, 카페가 등장하고, 모바일이 등장하고,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고…. 꾸던 악몽이 그치기도 전에 다시 꾸는 악몽 속에서 차례로 출몰하는 유령처럼 디지털은 연신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최후의 원고지 세대 편집자이자 최초의 컴퓨터 세대 편집자인 나는 충격과 공포로 점철된 지난 20년을 헤드폰 쓰듯 양쪽 귀를 필자 둘의 목소리로 감싼 채 ..
조지프 요아컴, 일흔 살부터 그림을 그린 화가 큐레이션의 시대](사사키 도시나오, 한석주 옮김, 민음사, 2012)에는 평생 방랑자로 살다가 일흔 살에 비로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이름을 날린 한 미국 화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이름은 조지프 요아컴(Joseph Yoakum, 1890년 2월~1972년 12월)이다.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은 이 화가는 (심지어 네이버 등에서 한글 포스트가 검색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일흔 살이 넘은 나이로 젊어서 전 세계를 떠돌았던 자신의 기억을 고정해 두고 싶어서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에는 아메리칸 네이티브들의 원시적 강렬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아래 사사키 도시나오의 글을 요약해 소개하고 토속성과 몽환성이 한데 어우러진 그의 그림을 몇 장 덧붙여 둔다. 조지프 요아컴은 1890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