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24 단편 판매율 매년 급증…지난해 전년比 66% 증가
- 단편 넘어 원고지 30매 이하 초단편 찾는 독자도 크게 늘어
- 스마트폰 보급·온라인 콘텐츠 증가로 “읽는 것”에 부담 커져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긴 글을 보면 스크롤을 내려버려요.” 직장인 김찬샘(33) 씨는 장문의 글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기사를 읽을 때도 앞에 세 줄을 간신히 읽고 댓글로 눈을 돌린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하고 온라인콘텐츠가 쏟아지면서 김 씨와 같이 ‘장문 문맹’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판계도 그런 영향으로 단편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단편 판매량은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최근에는 단편을 넘어서 ‘엽서소설’ ‘초단편’으로 불리는 200자 원고지 30매 이하의 짧은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노동자 소설가로 불리는 김동식 작가는 지난해 12월 ‘회색인간’(요다·전3권)을 출간했다. 소설은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 2000부가 나가며 4쇄까지 인쇄했다. 공포를 소재로 한 66편의 초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지난해 문학계를 강타한 소설가 조남주, 중견 소설가 성석제를 비롯해 장강명, 손보미, 천명관 등 유명 작가들도 초단편에 도전했다. 네이버는 소설전문서비스업체 스튜디오봄봄과 함께 공동으로 ‘3분 초단편’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는 출근길 또는 지인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출판사 걷는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초단편을 모은 소설집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를 냈다. 시리즈 1권인 ‘이해없이 당분간’은 백민석, 한창훈, 이제하, 조해진, 백가흠, 최정화 등 작가들의 글을 엮었다. 1권의 인기에 힘입어 2권 ‘우리는 날마다’도 연달아 출간했다. 책은 호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크기다. 박찬세 걷는사람 편집장은 “배부량 판매율도 좋고 서점에서 독자들의 선호도도 높다”고 말했다.
민음사는 격월간지 릿터를 통해 ‘플래시 픽션’이란 이름으로 매호 주제에 맞는 짧은 소설을 작가에게 청탁해 선보이고 있다. 계간 문학과사회도 매호마다 꾸준히 30매 내외의 짧은 소설을 1~2편 싣고 있다. 민음사는 2016년 12월, 일찌감치 200쪽 안팎 분량의 문고본으로 편집한 ‘쏜살문고’ 시리즈를 시작한 바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도 지난해 국내 짧은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아멜리 노통브, 앙투안 로랭 등 프랑스 소설을 중심으로 ‘블루 컬렉션’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기기의 발전이 초단편 인기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소설작가들이 온라인에서 활동을 활발히하고 웹소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소설의 분량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빨리 빨리 읽고 소비할 수 있는 장르가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대표는 초단편이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쇼트 스토리’라고 해서 짧은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며 “독자층이 세분화되고 있는 지금 초단편도 새로운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채상우 (double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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