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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밑줄과 반응 2012년 6월 13일(수)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


요아힘 모르 외 지음, 박미화 옮김/더숲



‘진짜 지식’은 세상 어딘가 특별한 곳에 핏기 없이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정보를 접하는 주체가 세상과 호흡하며 맥락과 용도에 맞게 꾸준히 선별하고 정련시키는 가운데 만들어진다. 동떨어져 있는 듯이 보이는 파편화된 정보들을 잇고 묶고 나누는 ‘정보 편집’ 능력이 중요한데, 이것은 부단한 지식 습득과 정보의 탐구 없이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평생학습사회라는 의미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수동적 대응 이상의 ‘능동적인 배움의 즐거움’을 표상하는 말로 이해되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출판연구소 백원근 본부장이 오늘 아침 북모닝 CEO 서평에서 한 말로,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더숲, 2012)에 관한 것이다. 구글과 위키피디아가 지배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모든 지식을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두 가지 지점에서 결정적으로 실패한다. 하나는 주요한 지식 생산 거점들이 아직 충분히 네트워크화하지 못했고, 그래서 품질 높은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좀처럼 구할 수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지식이란 본래 그렇게 생겨먹지 않아서 아무리 질 높은 정보라도 주체와 세계의 대화 속에서 끊임없는 갱신을 통해 자기화하는 과정 없이는 ‘진정한 지식’이 되기 힘들다는 점. 

그중 첫 번째 지점은 특허, 비밀 등 현실적 문제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지식의 소유를 권력화하는 일종의 엘리티즘 산물이므로 장기적으로는 해소되어야 할 과제에 속한다. 두 번째 문제야말로 살아 있는 지식의 조건으로서 인터넷에 흝어져 있는 파편화한 지식으로는 그 갈증을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편집의 역할도 미래에 여기에서 그 자리를 찾아야 하리라. 세상의 문제가 있는 곳에 지식을 실어나르는 것, 그리하여 지식의 고형화를 끊임없이 방지하고 지식을 액체 상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독자들을 돕는 것이 모든 지식과 정보가 검색 엔진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에 편집의 정체성을 이루리라. 아침에 문득 밑줄 그어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