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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 학이(學而) 편에 대하여




1 학이(學而) 편에 대하여


『논어』는 한 편 한 편이 체계적으로 서술된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이 공자의 언행을 끌어 모은 책이고, 이를 지금처럼 스무 편으로 편집한 것도 아주 후대의 일입니다. 게다가 각 편에 실린 글을 숫자도 일정하지 않고 내용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편명 역시 맨 앞에 나오는 두세 글자를 따서 제목으로 삼았을 뿐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학이(學而)’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고 해서, 이 편에 공부에 대한 글이 모여 있는 건 아닙니다. 공부에 대한 글은 여섯 편뿐이고, 나머지는 공부와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공자는 스스로 “배우기를 좋아한다(好學)”고 했습니다. 『논어』에 이 말은 열여섯 번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논어』가 「학이」 편으로 시작한 것은 아마 이 때문일 듯도 합니다.

주희는 「학이」 편이 “쓰여 있는 바가 근본에 힘쓰는 뜻이 많다(多務本之意).”라면서, “도로 들어가는 문(入道之門)”이요 “덕을 쌓는 터(積德之基)”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장에 담긴 글들이 모두 “배우는 이들이 먼저 힘써야 할 바(學者之先務)”를 다루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선언적일 뿐 실증적이지는 않습니다. 

김용옥에 따르면, 「학이」 편은 첫 구절을 제외하면 모두 상당히 후대에 성립된 텍스트로 공자의 후기 제자들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중국학자 브루스 브룩스는 이 편을 「위령공(衛靈公)」 편과 「계씨(季氏)」 편 사이에 놓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