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소를 설계하는 것처럼
페이지를 설계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 일은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는데,
페이지 위에 텍스트를 잘못 놓아두는 것은
곧 저자의 생각을 왜곡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학적 느낌을 생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정성을 다하기 위해서
종이에 어떤 요소들을 늘어놓고 인쇄할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텍스트라 할지라도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책 한 권을 설계하는 일은,
아니 심지어 한 페이지라도 설계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사랑의 작업이다.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먼드 기드
이 구절은 오래전에 슈타이들 전시회에 갔을 때 벽에 적힌 것을 메모해 둔 것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바깥 창문이 얼어붙었다. 이러한 장인성을 잃고 나면 출판이란, 책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저녁 읽기를 위해 오한이 올라오는 몸을 추스르면서 문득 생각이 들어 옮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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