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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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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8] 사부모(事父母) ― 효(孝)란 무엇인가 4-18공자가 말했다. “부모를 섬김에 부드럽게 간해야 하니, 자기의 뜻이 부모를 따르지 않음을 드러내면서도 부모를 공경하여 어기지 않고, 힘들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子曰, 事父母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이인(里仁)」) 이 구절을 읽을 때에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부모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라는 뜻으로 읽기 쉽다. 부모-자식의 관계는 천륜(天倫)에 해당하므로, 사회생활에서 맺는 상하 관계나 친구 사이 관계인 인륜(人倫)과는 비할 수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이 곧 부모의 뜻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뜻하지는 않는다. 『효경』에서 증자가 “부모 말씀을 좇기만 하는 것을 효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답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것이 무슨 말인가? 옛날에 천..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심광체반(心廣體胖, 마음이 넓어지면 몸은 편안히 펴진다) 증자(曾子)가 말했다. “열 눈이 바라보는 바요, 열 손이 가리키는 바니, 그 엄격함이여!” 부(富)는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하니, 마음이 넓어지면 몸은 편안히 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다.曾子曰,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富潤屋, 德潤身, 心廣體胖, 故君子必誠其意. ‘성의(誠意)’를 해설하는 전(傳) 6장의 마지막 부분을 다루겠습니다. 오늘이 6장의 마지막입니다. 고본 『대학』에서는 이 장의 글들이 모두 앞에서 공부한 “『시경』에 이르기를, ‘저 기수(淇水)의 물굽이를 쳐다보니, 조개풀[菉竹]이 아름답고 아름답구나.’[詩云, 瞻彼淇澳, 菉竹猗猗]”의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주희가 이를 나누어서 여기에 가져다두고 ‘성의’를 풀이한 것으로 본 것..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