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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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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9> 군사독재 어둠을 깨며 함께 읽기 35년 (시흥 상록독서회) “저도 형님들한테 듣기만 했습니다. 첫 인연은 1978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독서회가 출발한 것은 1981년부터죠. 지금은 영등포 평생학습관에서 만나지만, 그전에는 구로도서관에서 스무 해 동안 함께했고,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시흥의 헌책방 ‘씨앗글방’ 뒤쪽의 골방에서 같이 읽었습니다. 처음 이름은 씨앗독서회였습니다.”기억의 샛길을 더듬느라 정화양 씨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수줍고 쑥스럽게 입술이 세월을 탄다. 상록독서회는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독서공동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70년대 말 시흥의 달동네에서 열린 한 야학에 다녔던 청년들이 모여서 시작했다. 요즘처럼 배움이 흔하지 않을 때, 야학은 집안사정 탓에 배움을 얻거나 계속하지 못한 이들이 어울려 배우던 시민 자..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4> 감상 내용·장소·뒤풀이자리까지 빼곡… 조선 선비 詩會 기록 보는 듯 (부천 언니북) 초록색 표지가 아주 산뜻하다. 흰 글씨로 위쪽에는 ‘언니북’이라는 제목이 달렸고, 아래에는 영문으로 ‘only book’이라고 적혔다. 우리말로 읽으면 상냥하고, 영문으로 읽으면 뜻이 선명하다. 언니들의 책 모임, 오로지 책이라는 뜻이다. 100회 모임을 기념해 만들고, 서로 나누어 가진 토론 기록집이다. 기록은 치밀하고 철저하다. 날짜, 장소, 참석자, 토론 내용은 당연하고, 같이 모여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과 모임 후 뒤풀이 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있다. 마치 조선 선비들의 시회(詩會) 기록을 보는 듯하다. 6명 언니들의 오로지 책 모임첫 모임이 있었던 날을 살펴보자. 2010년 7월 6일 화요일 저녁이다. “첫날 시작은 네 명”이라고 적혀 있다. 직장 근처 한식집 메이필드에서 먼저 네 사람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