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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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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3] 숙위미생고직(孰謂微生高直) _누가 미생고를 곧다고 하는가? 5-24 공자가 말했다. “누가 미생고가 곧다고 하느냐?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려 하니, 이웃집에서 얻어다 그에게 주었다.” 子曰, 孰謂微生高直? 或乞醯焉, 乞諸其隣而與之. 미생고는 곧은 사람으로 이름나 있었다. 미생고는 애인과 약속을 지키려고 장마철에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끝내 불어나는 물에 빠져 죽은 미생(尾生)의 설화와 관련 있는 사람이다. 즉, 목숨을 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말을 지키려 했으니 미생고는 곧은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공자가 생각하는 곧음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식초를 얻으러 왔을 때 자기 집에 식초가 없자 미생고가 이웃집에 가서 식초를 대신 얻어다 건네준 일이 있었다. 공자는 이 일을 예로 들면서 미생고가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고 품평한다. 아름다운 이름..
독자 발굴의 시대 책장을 정리하면서 뒤늦게 《세계의 문학》 2015년 여름호를 다시 읽는다. ‘독자 발굴의 시대’를 특집으로 하고 있다. 서동욱이 쓴 ‘기획의 말’을 조금 옮겨 둔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었고, 편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젠 읽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다행히 씨가 말라 버렸다고 해도 좋을 어설픈 엘리트주의는 독자를 깨우쳐야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독자란 깨우쳐야 할 무지의 계란을 품에 안은 자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 자, 자신이 설정한 문제를 위해 책을 구성해 주기를 저자에게 요구하는 자이다. 독자를 발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구가 어떤 것인지를 깨우치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지식의 생산이란, 저자로부터 독자에게 보물이 뚝 떨어지는 수동적인 수혜의 장이 될 수 없고, 독자의 요구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