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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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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소리 풍경 휴대전화의 이어폰이 무선으로 바뀌면서 지하철 등에서 민망할 때가 많다. 입술 앞에 휴대전화나 마이크가 없어서일까. 사람들 목소리가 저절로 커지면서, 본의 아니게 옆 사람 사생활을 생방송으로 듣곤 한다. 일종의 환지통 같은 것일지 모른다. 통화하는 본인은 소곤거린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물리적 실체를 느낄 수 없다 보니 저도 모르게 존재하지 않는 마이크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창피한 줄 모르고 지하철 한 칸이 다 들리도록 말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고, 도구는 인간을 바꾼다. 나로서는 아직 무선 이어폰을 사용해 본 적은 없으나 비슷한 일을 겪을 때마다 다짐하곤 한다. 유선 이어폰이 모조리 사라지면 몰라도, 저걸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선이 없을 때 편리한 점도 없지는 않겠지만, 공중장소에서 ..
아마추어 무대인가요, 지하철역 수놓은 함량 미달 詩(한국일보) 한국일보에 드디어 지하철 시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드디어라고 말한 것은 이미 문단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아주 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하철 스크린 도어 곳곳에 게재된 시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하지만 사실 나는 이 문제는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질 떨어지는 시들이 노출되면, 문학이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문학과 시민의 삶터를 이으려는 이러한 노력들 자체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격려하고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지금과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움직여야지 그 반대쪽은 곤란하다. 가령,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없애라는 둥... 이 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읽기에 헌신하는 삶을 위한 세 가지 방법 그러니까 스페인 여행 이후, 나는 조금 더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말라가의 푸르른 지중해 바다 앞에서, 문득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는데, 여행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읽기만이 내 인생의 유일한 근거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읽는 것이 나의 도약대이자 진지이고 무덤이어야 하는 것이다. 편집자의 삶이란, 읽고 쓰는 일에는 오히려 지쳐 있기 마련이어서 자칫하면 진행하는 책 외에 자발적 독서가 증발하는, 읽기의 사막에 사는 데 익숙해지기 쉽다. 책을 둘러싼 수많은 전략과 전술의 난무가 읽기의 순박한 즐거움을 앗아 버리는 역설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정화인 책을 다루는 편집자가 정신적 공허에 시달리는 기묘한 삶의 아이러니.스페인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