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쇄

(4)
출판과 종교(필사에서 종교로, 금속활자에 대하여)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낼 만큼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세 유럽 수도사의 일과가 성경을 베껴 쓰는 일과 기도로 이루어졌듯이, 고려의 승려도 경전을 직접 베껴 쓰며 사경을 제작했다. 필사의 전통에서 인쇄로의 전환은 세계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또 하나의 혁명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쇄 문화는 수도원과 사찰, 성경과 경전이라는 신앙 공간, 종교의 성전(聖典)을 매개로 꽃피었다. 대장경에는 불교의 성전이라는 신앙적 의미로서뿐 아니라 지식을 체계화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장경판이 봉안된 해인사 장경판전은 진리를 향해 나아간 당대의 노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도서관과 같다. (중략)필사의 방식에서 목판 인쇄로의 발전은 인류의 역사에서 결정적 장면 중 하나이다. 나..
출판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어제 한국출판연구소가 주최한 제69회 출판 포럼에서 발표한 글이다. 발표 후 참석자 간 자유 토론이 있다고 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토론은 없었다. 김종수 소장님의 반론 아닌 반론(!)이 있었을 뿐. 나의 관심사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서 출판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를 징후적으로 읽어 보려는 것이었다. 현재 출판계에서 시도 중인 몇몇 사례를 중심으로 출판을 다시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출판의 기초 콘텐츠 전략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저자를 발굴하고 책을 잘 만들어서 독자와 만나게 하는 것,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 기본 콘텐츠 전략을 바탕으로 최근 출판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실천들을 징후적으로 읽어 보려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앞으로 출..
메튜 베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를 읽다 추석 명절 첫날, 노원정보도서관에서 빌려온 메튜 베틀스의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을 완독했다. 출간되었을 때 상당히 흥미로워 보여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절판되는 바람에 구입하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10월에 대전 유성구 도서관 모임에서 특강이 있는데, 이 기회를 틈타 평소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들을 찾아서 읽는 중이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사노 신이치의 『누가 책을 죽이는가』(한기호 옮김, 시아출판사, 2002), 로널드 맥케이브의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오지은 옮김, 이채, 2006), 이노우에 스스무의 『중국 출판 문화사』(장원철·이동철·이정..
편집자의 책상(프레시안 기고문) 오늘날 한국 출판 문화에서 프레시안북스는 독특한 진지를 점하고 있다.사실 보도와 중립적(?) 리뷰 중심의 언론들 사이에서 프레시안북스는 거의 유일하게 진지한 읽기를 기반으로 한 비판적 서평이 실리는 곳이다. 거기다 주말마다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에서 눈을 더럽히는 온갖 낚시 기사들 사이에서 지적 자극으로써 사람들 눈길을 끌려고 안쓰럽게 몸부림쳐 주는 저자들과 편집자들과 독자들의 친구이기도 하다.어쨌든 그 프레시안북스에 실린 온라인 기사들 중 일부를 한 달에 한 번씩 따로 모아서 독립출판사 알렙에서 펴내는 종이 서평지 《Pressian Book Review》가 있다. 지금 두 호밖에 나오지 않았고 기사도 온라인 기사들을 옮겨 온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이 잡지가 서점 공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