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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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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최순덕 성령 충만기』와 새로운 이야기꾼의 탄생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21세기 고전’. 이번엔 이기호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다루었습니다. 이 작가는 화법의 마술사와 같습니다. 다채로운 화법을 통해서 자본주의 아래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전락을 피할 수 없는 우리 삶의 모습을 그야말로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이문구, 황석영, 성석제의 뒤를 잇는 이야기꾼의 탄생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최순덕 성령 충만기』와 새로운 이야기꾼의 탄생 한국문학에서 ‘입담’이란 한 소설가가 이룩한 어떤 신화를 상징한다. 황석영, 성석제 등의 이름 앞에 붙은 ‘구라장이’ 또는 ‘이야기꾼’이라는 칭호는 독자 대중의 심장에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유혹의 북소리이자, 문장들의 건조한 나열에 불과한 소설에 입말의 생생함을..
치누아 아체베, 세상을 떠나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가 세상을 떠났다. 82세였다. 젊을 때부터 읽고 마음에 간직해 왔던 문학과 사상의 대가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이들어 감의 한 증거일까. 비워지는 것은 늘어만 가는데, 채워지는 것은 간혹이다. 쓸쓸한 감정에 주말이 즐겁지 않다. 치누아 아체베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탈식민주의 소설의 명작이다. "자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평생 동안이나 추방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얌도 자식까지도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난 한때 아내가 여섯이었지. 지금은 왼쪽과 오른쪽도 구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