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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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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0일(목) 명절 첫 날이라 오늘을 하루 종일 읽던 책들을 내키는 대로 읽었다. 방 청소를 하고 읽으려고 쌓아 둔 책들을 정리했다. 읽는 속도가 책이 쌓이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이 점점 비좁아지는 중이다. 조만간 과감하게 읽지 않는 책을 버려야 할 때가 올 것 같다. 지셴린의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완독했다. 사유의 대가답지 않은 가벼운 에세이인데, 오히려 그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내용이 일부 중복되는 것은 대부분이 신문 등에 연재된 짧은 글을 모은 탓이다. 이 점은 대단히 아쉬웠다. 중국 지식인들의 장점이라면 자신의 글에 춘추 전국에서 명청에 이르는 명문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그 논지에 품격을 불어넣고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셴린이 자주 인용하는 도연명이나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7일(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함부로 묻지 못할 질문이다. 사람들은 이 고통스러운 질문이 자신 앞에 제발 다가오지 않기를 끊임없이 기원한다. 지독한 어리석음! 그러나 살아가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이 질문을 회피할 길은 없다. 이것은 세계의 어둠 속에서 불쑥, 그러나 치명적으로 우리를 엄습한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자기 자신의 빛이 없다면 타인의 빛으로 자신을 밝힐 수는 없다.”(『라 셀레스티나』) 오늘 후배랑 아주 길게 이야기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오늘부터 20세기 중국 최대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지셴린(季羨林)의 에세이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알라딘 세일 때 샀던 책 중 하나다. 베이징대의 터줏대감 중 한 사람으로 ‘국학대사(國學大師)’라고 불린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