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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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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걸어 맹세하지 마라 네가 내 과거를 망쳐 버려서 미래에 씻어낼 눈물이 한없이 많아. 네가 죽인 부모의 자식들은 살아남아서 마구 보낸 청춘처럼 늙어 가며 탄식하고 네가 죽인 자식들의 부모는 살아서 메마른 고목처럼 늙어 가며 탄식해. 미래에 걸어서 맹세하지 마라. 과거를 망쳤으니 쓰기 전에 망쳤어. _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셰익스피어 전집』, 이상섭 옮김(문학과지성사, 2016) ===== 이렇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상섭 선생님 번역으로 오랜만에 「리처드 3세」를 읽었다. 권력 중독의 상징인 리처드 3세는 척추 측만증의 장애를 안고 태어나 두꺼비, 거미 등의 모멸적 별명으로 불리고 더러운, 추악한, 불쾌한 등의 형용사를 평가어로 달고 살아간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채, 피 비린내 나는 장미 전쟁의 와중..
약자의 호소와 권력의 몰락 살려고 일하러 간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다.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외벽 붕괴, 양주 삼표산업 골재 채취장 토사 붕괴, 여수 여천NCC 폭발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안전의식 타령은 그만하자. 위험 감수를 압박하는 현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말단 노동자의 작업 거부는 어렵다. 아무도 직접 책임지지 않는 현장에 파견된 노동자라면 하소연 자체가 사치다. 그 처지를 모른 체하면 위선자, 못 느끼면 사이코패스다. 그런데도 법은 현장 앞에서 자꾸 멈추고, 정의는 법정에서 자주 반려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 관련 며칠 전 판결도 역시나였다. 원청 대표는 위험을 몰랐다면서 무죄였고, 관련 임직원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억울한 죽음에 유가족 한은 쌓여간다. 하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