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의 역사를 읽으면서 편집을 생각하다 _앤서니 그래프턴의 『각주의 역사』(김지혜 옮김, 테오리아, 2016)
연휴에 앤서니 그래프턴의 『각주의 역사』(김지혜 옮김, 테오리아, 2016)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문득 옛날 옛적에 공부 쫌 해 보려고 할 때 생각이 났다. 당시에, 갑자기, 인용부호, 각주, 참고문헌 같은 글의 구성 요소가 근대문학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즉 근대적 문학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런 사소한 부분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가 그게 작품성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 친구한테 면박을 당한 적이 있다. 스물다섯 해쯤 전의 일이지만, 이런 책이 무겁게 주목을 받으면서 나오는 걸 보니 세상이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편집자가 책의 각 구성요소를 깊이 탐구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에 가깝다. 출판의 대중화 혁명 이후, 학술서를 제외하면 많은 서적의 판면으로부터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