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덕무

(2)
[21세기 고전] 망각을 강요하는 권력과 싸우다 _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민음사) 한 인간의 죽음, 그중에서도 살인을 소설화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한 작가의 진정한 재능은 심지어 이 주제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느냐에 달려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과정의 개연성을 온전히 구축하는 일만 해도 보통 난해한 일은 아니다. 재능 없는 작가들은 서사적 가치가 없는 우발로 처리하거나, 원한과 복수라는 흔해빠진 구조에 호소하거나, 사이코패스 같은 타고난 살인마를 출현시키는 등 삼류의 수법을 통해 살인의 이유를 독자들에게 떠넘기는 지적 태만을 보인다. 물론 그러한 태만에 속아 넘어가는 독자는 사실 거의 없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등 출판 당시의 사회적 주목 여부와 상관없이, 살인을 그려낸 작품 중에 시간의 시련을 이길 정도로 훌륭한 소설이 거의 드물지도 모른다.현실에서든 이야기..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를 완독하다 아침과 점심, 딸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갔다 데려온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이덕무의 말처럼, 새벽에 『논어』를 읽는 일은 하루를 온화하게 한다. 번역서의 교정지를 받아 편집자가 읽고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 가면서, 머리가 한껏 복잡해질 때마다 잠시 눈을 붙이거나 이중톈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심규호 옮김, 중앙북스, 2013), 프랑수아 줄리앵의 『무미예찬』(최애리 옮김, 산책자, 2010), 김탁환의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전2권, 민음사, 2014), 박형서의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 2006)을 조금씩 들추었다.오늘 한 챕터 남았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를 완독했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의 지혜(中國的智慧)’인데, 몇 년 전 베이징 도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