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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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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혈구지도(絜矩之道, 자로 헤아리는 길) 이른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답게 대접하면 백성들이 효심을 일으키고, 윗사람이 웃어른을 웃어른으로 대접하면 백성들이 공손함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외로운 이들을 구휼하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않을 것이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絜矩, 자로 헤아림)의 도를 갖춘다고 하는 것이다. 윗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뒷사람을 이끌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왼쪽 사람을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서 싫어했던 바로 오른쪽 사람을 사귀지 말라. 이것을 혈구의 도라고 일컫는 것이다. 所謂平天下在治其..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육유(陸游)의 「저물녘 유교(柳橋)에서 내다보다(柳橋晩眺)」 저물녘 유교(柳橋)에서 내다보다 육유(陸游) 작은 물가에서 고기 뛰노는 소리 들리고,가로누운 숲에서 학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네.한가로운 구름은 비를 내리지 못하고,푸른 산 근처에서 흩날리누나. 柳橋晩眺陸游 小浦聞魚躍,橫林待鶴歸.閒雲不成雨,故傍碧山飛. 제목에 나오는 유교(柳橋)는 장강(長江) 하류에 위치한 항주(杭州) 근처의 지명입니다. 만(晩)은 ‘저녁’이라는 뜻이고, 조(眺)는 멀리 내다보는 일입니다. 유교만조(柳橋晩眺)는 ‘저물녘 유교에서 멀리 내다보다’로 풀이합니다. 지난주 이몽양(李夢陽)의 시 「어촌석조(漁村夕照, 어촌의 저녁노을)」에서는 동정호(洞庭湖)의 저녁노을을 감상했는데, 이번 주에는 항주 근처의 저녁노을을 즐기게 되네요. 시를 통해 절경(絶景)을 즐기는 것은 여행을 가서 눈으로 직접 즐기는..
정명환의 『인상과 편견』(현대문학, 2012)을 읽다 사유의 대가와 함께 출근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아침 풍경은 정신의 빛으로 가득 차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세상은 그 이면의 깊이를 드러내면서 매혹한다. 밤의 허무에 쫓겨 한껏 느슨해져 버린 마음은 문자의 숲들 속에서 휴식과 함께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그런 뜻에서 지난 두 주일 동안 정명환 선생과 함께 출근한 것은 정녕 현명한 일이었다. 연구에서 사상에 이르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현실의 뜨거운 망치질로 단련받지 않은 쇳덩이가 날카롭게 벼려지는 법은 없다. 사회과학자들이 각종 위원회나 연구소 등을 통해 현실에 직접 참여하고, 인문과학자들이 출판사를 기웃대면서 각종 잡지에 정열을 다하는 것은 이를 알기 때문이다. 나는 연구 그 자체의 논리와 윤리를 존중하지만, 현실에 참여해 보지 않은 연구자의 말에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