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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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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사랑하는 법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직업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열정의 배신』(김준수 옮김, 부키, 2019)에서 칼 뉴포트 조지타운대 교수가 묻는다. 흥미로운 질문이다. 대부분 죽지 못해 일한다. 아침마다 사표를 항상 품에 넣은 채 출근하는데, 먹고사는 일을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질문의 답은 단 한 줄로 요약된다. “자기 일에 충분히 능숙해질 만큼 오래 일하면 된다.”때때로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하고 직업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누구처럼 다 자란 아이들 스펙을 챙길 만큼 정신없지는 않지만, 부모 마음에 걱정이 되어 슬쩍 물으면 아이들은 펄펄 화를 날린다. 제 앞가림은 하겠다는 기개에 일단 마음은 놓인다. 어느 날 심각한 얼굴로 “아빠, 나 뭐 하면 좋을까” 하고 물어온다면, 재..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명혜 옮김, 세종서적, 2008)을 읽다 지난 주말에는 잦은 술자리로 지쳐 있어서 조금 가벼운 책을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다. 그럴 때에는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가장 편안한 일이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골라서 소파 옆에 놔두었는데, 그중 하나가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 주는 사업을 벌이는 사회 운동가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명혜 옮김, 세종서적, 2008)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오지에 3000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라는 부제에 깔끔하게 압축되어 있다. “스타벅스가 6년 동안 500개의 매장을 열었다면, 그는 3000개의 도서관을 지었다!"라는 표지 뒷글은 이 책의 가치를 한눈에 보여 준다. 이 책의 주인공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담..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정예영 옮김, 을유문화사, 2008)을 읽다 삼류 작가의 시시한 작품보다 거장의 걸작을 오해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어린 시절, 루카치의 ‘리얼리즘의 승리’라는 마르크스주의 문예 미학의 깃발 아래 읽었던 발자크의 작품들은 얼마나 재미없었던가. 그때는 소설 속 인물들의 인생은 보이지 않고, 작가의 사상이 왕당파에 가까운 데도 불구하고 그 핍진한 묘사 때문에 소설 내용이 ‘부르주아의 승리’라는 역사적 법칙의 엄중함에 따른다는 것만을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하려 들었다. 작품마다 독자를 압도하는 거대한 관념들의 전개, 귀족 세력을 서서히 압박해 들어가는 상인 세력의 발흥, 그 갈피에서 오로직 역사 법칙에만 복무하는 듯한 인물의 행위들, 이런 독서는 결국 나의 발자크 읽기를 극도로 피로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나는 발자크 작품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채 극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