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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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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호소와 권력의 몰락 살려고 일하러 간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다.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외벽 붕괴, 양주 삼표산업 골재 채취장 토사 붕괴, 여수 여천NCC 폭발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안전의식 타령은 그만하자. 위험 감수를 압박하는 현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말단 노동자의 작업 거부는 어렵다. 아무도 직접 책임지지 않는 현장에 파견된 노동자라면 하소연 자체가 사치다. 그 처지를 모른 체하면 위선자, 못 느끼면 사이코패스다. 그런데도 법은 현장 앞에서 자꾸 멈추고, 정의는 법정에서 자주 반려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 관련 며칠 전 판결도 역시나였다. 원청 대표는 위험을 몰랐다면서 무죄였고, 관련 임직원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억울한 죽음에 유가족 한은 쌓여간다. 하소연..
[21세기 고전] 어둠을 쌓아 노래를 만들다 _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민음사, 2010) ※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21세기 고전’. 이번엔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다루었습니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우리는 용산이라는 인세지옥을 함께 목격하고 망연해 있었습니다. 사람이 불꽃 속에서 스러지는 참사를 보았지만, 입술이 얼어붙어 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견디면서 언어를 보태 연대를 깊게 이루는 의무를 어떻게 다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이때 황정은이 『백의 그림자』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막힌 목을 뚫고, 굳은 혀를 풀고, 닫힌 입술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그 마음을 지켜보았기에, 여기에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어둠을 쌓아 노래를 만들다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민음사, 2010) 『백의 그림자』와 함께 한국문학은 ‘새로운 세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