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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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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를 완독하다 아침과 점심, 딸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갔다 데려온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이덕무의 말처럼, 새벽에 『논어』를 읽는 일은 하루를 온화하게 한다. 번역서의 교정지를 받아 편집자가 읽고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 가면서, 머리가 한껏 복잡해질 때마다 잠시 눈을 붙이거나 이중톈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심규호 옮김, 중앙북스, 2013), 프랑수아 줄리앵의 『무미예찬』(최애리 옮김, 산책자, 2010), 김탁환의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전2권, 민음사, 2014), 박형서의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 2006)을 조금씩 들추었다.오늘 한 챕터 남았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를 완독했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의 지혜(中國的智慧)’인데, 몇 년 전 베이징 도서전..
담백한 글 『무미예찬』과 뜨거운 글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읽다 조금은 무기력한 주말이다. 안으로 밖으로 번잡한 생각이 많아 하루 종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를 읽고, 한낮에는 정민 선생의 『우리 한시 300수』(김영사, 2014)를 읽고, 저녁에는 『괴테 시 전집』(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었으나, 한온(寒溫)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중년의 절정으로 치닫는 나이 탓인지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까지 YES 24에 보낼 글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생각만 굴릴 뿐 손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번역서 한 권을 내는 문제로 새물결의 조형준 형과 대학로에서 만나 온갖 수다를 떨었다. 형은 뉴욕에서 두 해 정도 살다가 돌아온 지 열흘쯤 되었는데, 외국물을 길게 먹은..
헤밍웨이 등을 마저 읽으며 설 오후를 보내다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별로 막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은근히 길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문안 겸 어머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낮잠을 청했다. 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었다. 아울러 틈틈이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했던 기획 좌담 내용을 정리 중이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던지 쳐내도, 쳐내도 끝이 없다.『헤밍웨이 단편선 1』(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거의 다 읽었다.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하드보일드’라는 스타일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건 다만 문장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어떤 태도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배제한 속도감 넘치고 극단적으로 간결한 문체란, 인생에 대한 극한의 허무주의와 같은 것은 아닐..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1일(금) 설이다. 새벽에 일어나 재계한 후 오전에는 제사 올리고 세배 치르고 아버지 유택에 참묘하느라, 오후에는 정체를 뚫고 다섯 시간에 걸쳐 대전 처가에 내려왔다. 몸이야 비록 고단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나 쌓아 두지 않으면 가족, 친척 간의 인정도 금세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근대는 단단한 모든 것을 공중에 날려 버렸기에, 예절처럼 형태로써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극도의 어색함, 또는 심하게 말하면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심형일체(心形一體)의 뜻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지식에 가장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처가에 도착해 잠시 동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를 틈타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와 로버트 콜스의 『하버드 문학 강의』(정해영 옮김,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0일(목) 명절 첫 날이라 오늘을 하루 종일 읽던 책들을 내키는 대로 읽었다. 방 청소를 하고 읽으려고 쌓아 둔 책들을 정리했다. 읽는 속도가 책이 쌓이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이 점점 비좁아지는 중이다. 조만간 과감하게 읽지 않는 책을 버려야 할 때가 올 것 같다. 지셴린의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완독했다. 사유의 대가답지 않은 가벼운 에세이인데, 오히려 그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내용이 일부 중복되는 것은 대부분이 신문 등에 연재된 짧은 글을 모은 탓이다. 이 점은 대단히 아쉬웠다. 중국 지식인들의 장점이라면 자신의 글에 춘추 전국에서 명청에 이르는 명문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그 논지에 품격을 불어넣고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셴린이 자주 인용하는 도연명이나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