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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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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안수(晏殊)의 「서원(西垣)에 석류꽃이 피다[西垣榴花]」 서원(西垣)에 석류꽃이 피다안수(晏殊) 산 나무에 달콤한 열매 달리나니,맑은 궁중에 뿌리를 내렸구나.시절은 꽃이 흩날려 떨어지는데,홀로 무더운 바람 타고 피어나누나. 西垣榴花晏殊 山木有甘實,托根淸禁中.歲芳搖落盡,獨自向炎風. 안수(晏殊)는 송나라 때의 학자이자 시인입니다. 오랜 전란으로 무너진 학교의 부흥에 힘써 범중엄(范仲淹), 구양수(歐陽修) 등을 길러냈습니다. 「서원(西垣)에 석류꽃이 피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요즈음 같은 초여름에 읽기 좋은 시입니다. 서원(西垣)은 서대(西臺), 즉 중서성(中書省)의 별칭입니다. 중서성은 주로 황제의 조칙을 작성하는 등 황제의 비서실 같은 기관으로 황제의 힘이 강화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궁궐의 서쪽 담 근처에 있었으므로 서대 또는 서원이라고 불렸..
[논어의 명문장] 욕속부달(欲速不達, 서두르면 이룰 수 없다) 자하가 거보 땅의 우두머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두르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마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는 뜻이다. 송나라 정이(程頤)는 자하(子夏)가 작고 가까운 것에 마음을 너무 쓰는 버릇이 있었으므로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석했다. 자하는 자식이 죽은 슬픔에 애통해하다가 눈이 멀었다고까지 전한다. 슬픔이 지나쳐서 자신을 해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것이 바로 작은 일에 온 마음을 쓰는 자하의 본래 심성일 것이다. 공자는 자하의 이러한 점을 잘 알았기에 크고 멀리 보라고..
요나하 준의 『중국화하는 일본』(최종길 옮김, 페이퍼로드, 2013)을 읽다. 지난 한 달 동안 주말마다 틈틈이 요나하 준의 『중국화하는 일본』(최종길 옮김, 페이퍼로드, 2013)을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봄에 일본에 갔을 때 동경에서 만난 연구자 안천 선생이 요즈음 일본 출판계에 최대 화제가 된 책 중 하나라고 소개해 준 책이다. 송나라 이후 일본사[세계사]를 ‘중국화’와 ‘에도 시대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강렬하게 설명해 내는, 상당히 흥미로운 논지를 펴고 있어 관심을 두었는데, 때마침 한국어판이 나와서 즉시 구입해 읽기 시작한 것이다.저자는 1979년 생으로 현재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은 2011년이니까 그때는 고작 서른세 살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런 통찰력이 담긴 책을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도주론』(문아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