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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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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집가들만 아는 책의 뒷담화 책 수집가에게 양심과 염치는 사치다. 물고기에게 잠수복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도 하다.(48쪽) 이 바닥 선수들은 지인이 중고책 전문가랍시고 구하기 어려운 책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면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몰랐던 희귀본을 알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하며(오직 마음속으로만), 이런저런 자신만의 경로로 그 책을 찾다가 2권 이상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1권밖에 없으면 그 지인에게 할 말은 딱 하나이다. “찾아봤지만 내 재주로는 못 찾겠는걸. 미안해.” 그러곤 다음날 배송되어 올 친구가 알려준 희귀본을 기다리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물론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98~99쪽) 확 와 닿는 말이다. 박균호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소명출판, 2021)은 책 수집가들의 무..
박진영의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을 읽다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 박진영 지음/소명출판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은 대개 번민의 산물이지만 또 여가의 결과이기도 해서, 시절이 작은 겨를조차 앗아 갈 때에는 이곳은 좀처럼 채워지지 못하고 텅 비게 된다. 그사이 이런저런 글도 몇 편 쓰고, 책도 십여 권 읽었지만 마음이 전혀 따르지 못해서 여기에 옮겨 두지 못했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 탓에 여행을 떠나기 힘든 긴 연휴를 틈타 서재를 정리한 후에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꾸준한 마음이 계속될지 모르나, 일단 내키는 대로 계속 적어 볼 요량이다. 근대 자본주의와 책의 불멸성과 편집자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이라면, 박진영의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을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것이다. 대한제국의 소멸과 일제강점..